“나는 평생 우리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모습이 부모님을 닮아가고 있었다.”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지금 저 말을 가슴 깊이 공감하시나요? 우리는 모두 어릴 적 부모(또는 양육자)의 보살핌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더라도 우리가 그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양육 유형은 부모-자녀 관계를 건너,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네 가지 부모 유형
바움린드(D. Baumrind)는 처음으로 세 가지 양육 유형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맥코비와 마틴(Maccoby & Martin)이 네 번째 유형을 추가했는데요. 이들이 정립한 양육 유형 분류는 ‘요구/통제’, 그리고 ‘반응/애정’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아래 예시를 통해 네 가지 양육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권위 있는 양육(Authoritative): 높은 통제 + 높은 애정
1) 양육 예시: “너의 의견도 중요해. 그런데 이건 우리 가족의 규칙이야.”
2) 양육 특징:
- 자녀와 함께 규칙을 설명하고 토론
- 자녀의 자율성과 독립성 지지
- 따뜻하고 반응적인 소통 방식
2. 권위주의적 양육(Authoritarian): 높은 통제 + 낮은 애정
1) 양육 예시: “내가 부모니까 시키는 대로 해.”
2) 양육 특징:
- 엄격한 규칙과 복종 강조
- 설명 없는 지시와 통제
- 감정 표현보다 순응 중시
3. 허용적 양육(Permissive): 낮은 통제 + 높은 애정
1) 양육 예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2) 양육 특징:
- 자유와 자발성 강조
- 일관된 규칙이나 지도 부족
- 따뜻하고 수용적인 관계
4. 방임적 양육(Neglectful): 낮은 통제 + 낮은 애정
1) 양육 예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2) 양육 특징:
- 자녀의 필요에 무관심
- 정서적, 실질적 지원 부족
- 부모 자녀 간 상호작용 최소화
● 엄마가 딸에게: 양육 유형이 우리의 ‘성격’에 끼친 영향
양육 유형은 한 사람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치관”이란 “인간이 자기를 포함한 세계나 그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나’와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를 대하는 자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한 양육 방식이 어떻게 가치관으로 연결되는지 알아볼까요? 다만 주의할 점은, 아래 설명은 ‘어떤 성향’에 관한 것으로 ‘절대불변의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는 겁니다.
◉ 권위 있는 양육을 받은 아동은: 높은 통제 + 높은 애정
- 높은 자존감과 자기효능감
- 우수한 학업 성취와 사회적 능력
- 정서적 안정과 회복탄력성
- 건강한 대인관계와 원만한 직업적 성공
◉ 권위주의적 양육을 받은 아동은: 높은 통제 + 낮은 애정
- 순응적인 태도와 부족한 자기 주도성
- 상대적으로 낮은 자존감
- 부족한 사회적 기술, 경직된 사고방식
- 권위에 대한 과도한 존중 또는 반발
◉ 허용적 양육을 받은 아동은: 낮은 통제 + 높은 애정
- 높은 창의성과 자발성, 하지만 자기 통제력이 약함
- 규칙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 과한 충동성, 부족한 책임감
◉ 방임적 양육을 받은 아동은: 낮은 통제 + 낮은 애정
- 정서적, 행동적 문제 위험 증가
- 낮은 학업 성취와 자존감
- 대인관계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정성
● “권위 있는” 양육: 우리 아이 인지/언어 발달의 출발점
양육 방식은 아동의 인지 및 언어 능력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연구(정은수, 2024)를 보면, 어머니의 권위 있는 양육은 아동의 화용 언어 능력(상황에 맞는 언어 사용 능력)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동의 집행기능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로 나서게 되지요.
여기서 집행기능이란, 계획 수립, 충동 통제, 주의 집중 등의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뜻합니다. 이는 우리의 학습과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 권위 있는 양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러한 발달에 유리합니다:
- 더 나은 집행기능
- 향상된 언어 능력
- 효율적인 자기 조절 능력
- 상황에 적합한 의사소통 능력
◉ 아버지의 무관심(+재력+정보력)≠자녀 교육
아버지의 양육 참여는 자녀 발달에 있어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이는 “자녀의 탐색적 행동과 모험심 증진”, “소통 관련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 “정서적 안정감과 자존감 증진”, “성 역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형성” 등 구체적인 발달 분야가 자주 거론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자녀들은 더 높은 사회적 능력과 정서적 안정감을 갖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아버지의 참여가 부족하면 자녀가 불안정하거나 위축된 성향을 보일 위험이 커지기도 합니다.
● 그래서 어떻게 키워야 할까?: 현대 사회에서의 양육
생각해 보면, 요즘의 부모/양육자는 참 바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하고, 또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그 와중에 아이들의 건강한 자아, 조화로운 대인관계 능력을 길러줘야 하고요. 그리고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권위 있는 모습도 보여야 하니까요. 만약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가 고민이라면,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 일관성 있는 규칙 설정하기
1. 명확한 기대치 설정:
“식사 전에 손 씻기”처럼 간결하고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세요. 다소 추상적인 규칙인 “청결하게 생활하기” 대신, “신발은 현관에 가지런히 놓기”, 또는 “신발 정리 후 바로 손 씻기” 등 행동마다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2. 규칙의 이유 설명하기:
“손을 씻으면 세균이 없어져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처럼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게 “왜 이 규칙을 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세요.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그림책이나 동영상을 함께 볼 수도 있습니다.
3. 논리적인 결과 제시하기:
규칙을 어긴 결과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세요. 예를 들어, 놀잇감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내일 하루는 그 놀잇감으로 놀 수 없어” 같은 행동으로 불이익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이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미리 정해진 결과를 차분히 적용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 건강한 의사소통 유지하기
1. 적극적 경청: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고 칩시다. 그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서로 눈을 맞추거나, 함께 자리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이어가세요. 하루, 최소 15분은 아이와의 대화에 오롯이 집중하는 겁니다. 중간중간 아이 관점에서 할 법한 질문도 함께 해보세요.
2. 감정 인정하기:
“게임을 그만해야 해서 속상하구나. 그 마음 이해해”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우선 인정합니다. 그 후에 규칙-아이와 함께 숙고하여 정한-을 근거로 행동을 지도하세요. 감정 카드나 감정 일기 등을 활용하여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돕는 것도 좋습니다.
3. “나” 전달법 사용하기:
만약 상대가 연락 없이 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합시다. “네가 연락 없이 늦으면 나는 네가 괜찮은지 걱정돼”라고 표현하세요. 또는 “내가 연락 없이 약속 시간에 늦으면 너도 걱정되지 않아?” 같이 상황을 바꿔 생각하도록 하세요. 이는 비난 없이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 자율성 지원하기
1. 선택권 제공하기:
“오늘 간식은 사과랑 바나나 중에 뭘 먹고 싶어?”나 “숙제 먼저 할래, 아니면 놀이터 먼저 갈래?” 같이 적절한 범위 안에서 선택할 기회를 주세요. 특히 주말 가족 활동을 계획할 땐, 아동의 의견을 물어보고 가능한 활동을 조율하여 반영하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2.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
가족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자녀에게 “어제 이야기한 대로 우리는 바닷가로 가려고 하는데, 네가 국내 해수욕장을 인터넷으로 먼저 검색해 볼래?”처럼 작은 역할을 맡겨 주세요. 또 다른 예시로는 “세제로 닦은 설거지를 물로 헹구기, 손빨래 개기, 쓰레기 버리기 중에서 네가 맡고 싶은 일은 뭐니?” 같이 아동의 의견을 물어보세요.
3. 실수로부터 배울 기회 주기:
아이가 숙제를 잊어서 선생님께 혼났다면, 비난하기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잊지 않을 수 있을까?”와 같이 해결책을 함께 찾으세요. 실패 일기나 성장일지를 작성하며 실수를 통한 배움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 집행기능 향상을 위한 활동하기
1. 계획 세우기 연습:
주간 플래너를 만들어 숙제, 취미 활동, 휴식 시간을 함께 계획해 보세요. “내일 소풍 준비물로 무엇이 있을까?”와 같이 일상 속 사례들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큰 규모의 활동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누어 계획하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2. 보드게임을 통한 규칙 학습:
‘할리갈리’, ‘젠가’, ‘우노’ 등 규칙 있는 보드게임은 규칙의 이해와 충동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그리고 체스나 바둑처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가족 게임의 날을 정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3. 마음 챙김 활동:
“눈 감고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봐” 같은 간단한 마음 챙김 활동을 연습해 보세요. 5~10분 정도의 짧은 명상이나 호흡 연습도 좋습니다. 취침 전 “오늘의 좋았던 일”을 이야기하는 감사 습관도 정서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양육 환경
1. 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식사 시간, 모든 전자기기를 거실 바구니에 모아두기”, “취침 1시간 전부터는 블루라이트가 있는 기기 사용하지 않기”와 같은 구체적인 규칙을 세우세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디지털 콘텐츠 함께 탐색하기:
자녀가 보는 유튜브 채널이나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세요. “이 영상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합니다.
3. 오프라인 활동 장려:
자연 산책, 자전거 타기, 요리하기 등 정기적으로 “스크린 프리 데이”를 지정하세요. 가족 모두가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 없이 지내는 경험도 시도해 보세요.
◉ 공동양육과 일관성
1. 양육자 간 소통 강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양육회의”를 열어 양육/교육에 관한 이슈를 논의하세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는 아동 앞에서 해결하지 말고, 따로 양육자들만의 시간을 내어 합의점을 찾으세요. ‘문제 해결에 참여’는 ‘의사결정에 참여’와 다르다는 점을 주의하세요.
2. 조부모와의 협력:
“우리 아이에게는 이런 규칙이 중요해요”라고 명확히 전달하되, 조부모만의 특별한 접근 방식도 일부 존중하세요. 정기적으로 가족 미팅을 통해 양육 방침을 공유하고 조정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3. 한부모 가정을 위한 지원 네트워크:
친구, 이웃,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여 가족에 필요한 양육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부모 자조 모임”,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꾸준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수와 갈등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삼고,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양육을 위해 노력하는 양육자의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게 값진 모범이 될 것입니다.
● 완벽한 부모가 되는 법?
많은 부모/양육자가 “아이를 위한다면 내가 완벽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사회정서 및 전인적 발달 관점에서 본다면, 자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과 일관성”입니다.
내 삶의 심리학(2019)은 부모의 양육 태도 역시 중요하지만, ‘지나친 완벽주의’ 또는 ‘훌륭한 부모’와 같은 강박은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모-자녀 간 신뢰와 상호 존중, 그리고 양육에 있어 일관성과 공정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 결론
어쩌면 우리는 부모가 되어서야 자기 내면의 ‘서툰 부모’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양육 경험을 인식하고, 필요하다면 여기서 찾은 보완점을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에도 중요합니다.
양육 유형을 앎으로써 자신의 내면 아이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새로운 걸 배우기엔 너무 늦었어”라거나, “난 원래 이런 일에 소질이 없어”하며 자기 계발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굳이 내 잠재력을 제한하는 말에 동조할 이유는 없겠죠? 다음 글은 “성장 마인드셋, 긍정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의지 관리법과 마음 챙김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다정한 하루 되세요!
● 참고문헌
- Baumrind, D. (1991). The influence of parenting style on adolescent competence and substance use. *The Journal of Early Adolescence, 11*(1), 56–95.
- Maccoby, E. E., & Martin, J. A. (1983). Socialization in the context of the family: Parent–child interaction. In P. H. Mussen (Ed.), *Handbook of child psychology: Vol. 4. Socialization, personality, and social development* (pp. 1–101). New York: Wiley.
- Bi, X., Yang, Y., Li, H., Wang, M., Zhang, W., & Deater-Deckard, K. (2018). Parenting styles and parent–adolescent relationships: The mediating roles of behavioral autonomy and parental authority. Frontiers in psychology, 9, 2187.
- Darling, N., & Steinberg, L. (2017). Parenting style as context: An integrative model. In Interpersonal development (pp. 161-170). Routledge.
- U.S. Department of Education, Office of Educational Research and Improvement. (1999). Parenting Style and Its Correlates (ERIC Digest No. ED427896). https://files.eric.ed.gov/fulltext/ED427896.pdf
- 정은수. (2024). 모의 권위적 양육행동과 아동의 화용언어능력 간 관계에서 아동의 집행기능 곤란의 병렬다중매개효과. *발달심리학회지, 37*(4), 125-140. https://journal.kci.go.kr/baldal/archive/articlePdf?artiId=ART003144952
- Pointe경제. (2022, 10월 19일). 따뜻하지 않은 부모가 아이를 비만으로 만든다? https://www.point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77
- 정신의학신문. (2020, 4월 19일). 아빠 양육, 얼마나 중요할까?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9316
- 드림투데이. (2021, 10월 8일). '권위적’말고 ‘권위가 있는’ 양육을. https://www.gjdream.com/news/articleView.html?idxno=610624
- 내 삶의 심리학 mind. (2019, 8월 15일). 훌륭한 자녀는 부모가 만든다? http://www.min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87
대표 이미지: Unsplash의 Jametlene Resk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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